안철수 후보의 고전개그 시범

드디어 19대 대선도 끝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대선후보 토론이 워낙 길다보니 자세히는 못봤는데요..
안철수 후보가 특히 4월23일 토론에서 삽질을 했다는 기사를 많이 봤습니다.

지난 금요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대선 후 각 후보들의 패착을 분석하는 시간이 있었죠..
그때서야 비로소 안철수 후보의 삽질이 무엇이었는지 알게되었어요

 (사이다) 안철수가 mb아바타를 말한 순간, 이미 대통령은 결정된 것이다!!! | 잘가다가 심상정이 놓친 것은?

 

위의 영상에서 30분~34분 정도가 안철수 후보의 23일 토론 삽질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김어준 씨가 재미있게 지적한 삽질은 크게 2가지죠

 위의 영상에서 30분~34분 정도가 안철수 후보의 23일 토론 삽질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김어준 씨가 재미있게 지적한 삽질은 크게 2가지죠

 안철수 어록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첫째…소위 갑철수, MB아바타 사건입니다.
안후보는 이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 사전에 각본으로 짜온 질문을 합니다.
안 : 문후보님. 제가 갑철수입니까? MB아바타 입니까?
문 : 항간에 그런 얘기들이 있죠. 안후보님이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다면 직접 해명하십쇼…저 문재인 반대하기 위해서 정치하지 마시고요…국민들 바라보고 정치하십쇼.
안 : 그러면, 제가 MB아바타 아니라고 문후보님이 확인해 주시는거죠?
문 : 하하하 (뭐지 이 X신은?)

질문 각본이 있었다면, 문후보의 답변에 따라 유연하게 각본을 운영했어야 하는데 안철수는 그냥 원래 각본에 있던 대사를 하는 셈입니다.

 

 그만좀 괴롭히십시오~ 유승민 vs 안철수 – 4월 23일 대선후보 tv토론회

 

둘째…유승민 후보와의 토론입니다.
김어준 씨의 분석에 의하면, 안후보는 유승민 후보가 타 후보를 대하는 성향을 공격하려했습니다. 유후보는 평소에 다른 후보들을 징허게 물고늘어지고 괴롭히는 성향을 보였기때문입니다.
유 : 박지원 대표가 선거유세에서 말하길…안후보가 당선되면 본인은 초대 평양대사하겠다고 했다는데요?
안 : (특유의 표정과 말투로 얼굴을 찌푸리며) 유후보님. 그만 좀 괴롭히십쇼 T.T 실망입니다.
유 : (뭐지 이 X신은? 난 아직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김어준 씨의 분석에 동의한다면 안후보의 대응은 굉장한 ‘고전개그입니다’ ㅎㅎㅎ
안후보는 유후보의 성향을 공격하기 위해서 ‘그만 좀 괴롭히십쇼 T.T’라는 각본을 준비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각본을 잘 운영하려했다면… 실제로 유후보가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물고늘어지도록 유도한 다음(또는 충분히 그런 상황을 기다린 다음) ‘그만 좀 괴롭히십쇼 T.T’라는 반격을 했어야 합니다.
이때도 안후보는 큰 웃음을 주었죠 ㅎㅎ

안후보가 선물한 큰 웃음은. 웃음을 만드는 여러가지 유형 중에서도 매우 고전적인 방법에 속합니다.
23일 토론에서 웃음을 준 2가지 상황의 공통점은…각본을 기계적으로 운영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어떤 의도를 갖고 각본을 들고나왔다면 실제 토론 상황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며 적절하고 탄력적으로 각본을 운영해야했습니다. 그런데도 안후보는 마치 기계가 각본을 운영하듯 어떤 상황이 와도 그냥 각본에 있는 대사를 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박근혜도 대사를 외우는 점은 같지만…박근혜는 각본대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만 대사를 칩니다.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은 상황은 아예 만들지를 않거나 회피했죠 ㅎㅎ

암튼 안철수의 개그는 매우 고전스러운 방법인데요. 찰리채플린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기법이구요
우리나라 개그맨 중에서는 맹구, 영구의 개그가 이러한 기법을 훌륭하게 사용했습니다

한바탕 웃음으로 – 봉숭아학당 (1992)

 

처음  2분간의 상황을 보시죠.
서현선이 오서방에게 사기치는 과정을 맹구가 지켜봅니다. 맹구는 자기도 오서방에게 사기 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각본을 짭니다. 하지만 각본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는데도 맹구는 각본을 기계적으로 진행시키면서 웃음을 줍니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은 자신의 저서 <웃음>에서 이러한  ‘기계적 정서’를 웃음의 본질이라고 주장했습니다.